조선 망국의 원인
서울대 교수 이영훈은 <조선왕조는 왜 망하였나>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선왕조가 망한 것은 왕과 양반의 조정으로서 나라가 망한 것이지요. 백성의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동시에 중화제국의 질서 속에서 위치한 한 제후의 나라가 망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나라가 망한 것은 그런 국가관과 국제질서의 감각을 해체할 만한 지성의 창조적 변화가 그 나라에서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망국의 구체적 원인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변화한 국제 질서에서 기존의 중화 질서를 깨지 못했기 때문에 조선이 망했다고 보고 있다.
조선 망국의 구체적인 원인은 외교안보원의 윤덕민 교수가 제시하고 있다. 그는 <백자기술 보유국 조선이 망한 까닭은?>이란 글에서, 조선이 주자학에 입각한 이상사회였으며, 억상(抑商) 정책, 쇄국(鎖國) 정책, 농본주의 정책으로 경제가 성장할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이상사회란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폐쇄적이고 전체주의적 사회란 말로 이해하면 적절할 것 같다.
그런데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서구인들이 유토피아의 원형으로 여겼던 <공화국>의 저자 플라톤을 비롯해, 마르크스, 헤겔 등을 열린 사회의 적으로 규정했다. 플라톤의 공화국이나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사회는 닫힌 사회이고, 그 사회는 독재적 억압, 자유의 탄압, 경제적 낙후 등을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칼 포퍼가 공자의 이상사회를 알았다면, 아마 공자를 열린 사회의 적으로 규정하는데 서슴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즉 굳이 주자학이 아니더라도, 공자의 유교 자체가 폐쇄적인 이상 사회를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국교(國敎)로 정한 나라들은 쇠퇴와 망국의 길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나는 유교 관료주의가 조선과 중국을 망하게 했다고 믿는다. 일본 역시 유교의 세례를 받은 나라지만, 특이하게도 일본은 과거제도가 없었고, 서양의 중세와 같이, 봉건영주인 다이묘가 지배한 번(藩)이 있어서, 일종의 지방 자치가 이루어졌다. 중국과 조선은 모두 중앙집권이었고, 중앙에서 파견된 관료가 유교적 이념의 수호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방 분권이었던 일본은 사상적, 경제적 통제가 조금 느슨했고, 실용적인 무사들이 관념적인 문관을 대신하고 있었으며, 더구나 각 지역의 번들이 서로 경쟁을 했다.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서구 문물을 받아들인 동력은 아마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